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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삽화_코로나19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직장인 권모씨는 16일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택했다. 나흘 전 오랜만에 찾은 헬스장 락커룸에서 옆칸을 쓰던 사람이 열이 나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다.


권씨는 "그 사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며 "그 사람이 확진이면 나도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고 그러면 그 사람과 접촉한 뒤 내가 거쳐간 곳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김강립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면서도 "감염 확산 차단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아직 확진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학 언제" "월세도 못 내"…코로나19만큼 무서운 불확실성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가능성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연일 10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제기됐다.

중대본은 이날 0시 현재 전날 같은 시각보다 확진자가 74명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격리 해제된 환자는 303명이 늘어 현재 1137명이다. 격리 중 환자는 229명 줄어든 7024명으로 집계됐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영업자들을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을 전개하지만 손님이 급감하면서 낮아진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서울 마포구 ㅁ식당 사장 김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면서 평소보다 매출이 4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며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태국 음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도 이날 인스타그램에 "오픈한지 12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영업했는데 지난주부터 잠시 휴업한다"며 "눈물이 난다. 월세는 935만원 정도다"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의 하나인 개학 추가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교사들과 육아 대란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도 불확실성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박민주씨(30)는 "3주째 학원을 휴원했지만 월세 문제 등 때문에 16일부터 할 수 없이 우선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율 등원이라고 공문을 돌렸지만 아이를 등원시킬지 고민한다는 학부모들이 많아 문을 여는 것이 의미 있을지 모르겠다"며 "개학 전까지 다시 휴원 신고를 해야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서울 영등포구의 주부 이모씨(38)도 "아파트에 사는데 개학 연기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 소음을 일으킬까봐 아랫집에 너무 미안하다"며 "외벌이라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이중으로 고민한다"고 했다.

직장인 유모씨는 "3주째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 하니 이젠 지친다"며 "헬스장도 가고 싶고 외식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은데 어디에서 감염될지 모르니 불안하다"고 했다.

또 "확진 판정 받기 전에 제주 여행을 간 것을 두고도 비판 여론이 있던데 내가 감염되는 건 둘째 치고 내가 감염되면 내가 다닌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다 피해가 가니 함부로 다닐 수도 없고"라며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해외는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 단계방역당국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시일이 길어지며 나타나는 피로감을 인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대본부장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학교 휴교 말고는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들께서 피로감도 있으실 거고 또 수용성도 굉장히 낮아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봉쇄령'이나 전면 격리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규모 거리 두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중국 후베이성의 이동 제한 조치와 같은 격리·봉쇄 방식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를 늘렸을 때 확진자 수가 더 천천히 늘고 전체 확진자 수도 적다는 실험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WP는 그러면서 "환자를 완전히 격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사람들이 덜 이동하고 서로 덜 상호작용하면 바이러스가 확산될 기회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찍 시작된 덕분에 이동 제한 등 극단적인 상황 없이 기하급수적인 확산세를 면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지자체들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였지만 이미 대한예방의학회 등 의료 전문가들은 지난달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최근에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본격화됐다. 한국보다 최소한 2주 이상 늦은 대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해 달라"며 "만약 꼭 행사를 개최해야 하면 노약자 등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손씻기 등 위생시설이 확보돼야 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과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박물관, LA 로즈볼 스타디움 등 주요 시설들도 지난 13~14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문을 닫았다.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주요 시설을 폐쇄한 것보다 20여일가량 늦다.

확진자 수 2만명을 넘어간 이탈리아도 한국보다 늦은 지난 4일에야 학교 폐쇄 조치를 내렸다. 이탈리아는 확진자 수가 1만명에 가까워진 지난 9일(현지시간)에야 전국적인 이동 제한 명령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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